
1956년, ‘다트머스 회의’라는 인공지능 역사에서 중요한 행사가 열렸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기계도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움직임은 인공지능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1956년부터 1974년까지는 흔히 인공지능의 황금기라고 불리는 시기이며, 이 기간에는 지금 기준으로 보아도 놀라운 연구 성과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당시 만들어진 여러 프로그램들은 대수학 문제를 해결하고, 기하학 정리를 증명하며, 영어 문장을 분석하고 학습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을 본 사람들은 “곧 20년 안에 완전한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다”라고 기대했고, 실제로 몇몇 연구자들은 학회나 인터뷰에서 “머지않아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다양한 일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예측하기도 했다. 이러한 낙관적인 분위기 속에서 미국의 ARPA 같은 정부 기관은 인공지능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고, 그 결과 기술 개발은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이 시기 연구자들이 핵심적으로 도전한 분야 중 하나는 탐색과 추리였다. 이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선택지를 하나씩 탐색하고, 그중 정답에 가까운 길을 찾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미로 찾기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한 길로 나아가다가 막히면 다시 되돌아가 다른 길을 시도하는 방식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문제에서는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해결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비효율적인 길을 미리 제외하는 여러 ‘추론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뉴얼과 사이먼은 ‘범용 문제 해결기(GPS)’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이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범용 알고리즘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또한 기하학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이나 대수학 문제를 스스로 풀어내는 프로그램도 등장했으며, 스탠포드에서는 ‘샤키(Shakey)’라는 로봇의 행동 계획을 위해 STRIPS라는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이는 로봇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발전이었다.
이 시기 주목받은 또 다른 분야는 **자연어 처리(NLP)**였다. 이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음성비서, 번역기, 챗봇 등과 연결되는 초기 연구였다. 당시 연구자들은 “기계가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대답할 수 있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일까?”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STUDENT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고등학생 수준의 수학 단어 문제를 풀 수 있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다. 개념 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의미망’ 역시 이 시기에 개발되었으며, 사람의 말을 더 자연스럽게 이해하려는 시도가 계속되었다. 많은 프로그램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ELIZA’였다. ELIZA는 간단한 문장 구조 분석과 정해진 답변 규칙만으로 사람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으며, 당시 사람들은 종종 컴퓨터가 실제 상담을 해준다고 착각하기도 했다. 지금 기준으로는 매우 단순한 기술이지만 당시에는 충분히 혁신적이었다.
1960년대 후반에는 마이크로월드 연구라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했다. MIT의 마빈 민스키와 시모어 페퍼트가 제안한 방식으로, 복잡한 현실 세계 전체를 AI에게 이해시키려는 기존 접근을 벗어나 더 단순한 작은 세계에서 먼저 학습시키는 전략이었다. 예를 들어 다양한 모양과 색깔을 가진 블록들만 존재하는 작은 세계를 만들어, AI가 그 블록들을 움직이고 쌓는 규칙을 익히게 하는 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컴퓨터 비전 기술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대표적인 시스템이 테리 위노그래드의 ‘SHRDLU’였는데, SHRDLU는 사람의 자연스러운 문장 지시를 이해하고 블록을 옮기거나 정리하는 행동을 직접 수행할 수 있었다. 이는 당시 연구자들에게 “머지않아 컴퓨터가 사람의 언어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주었다.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는 점점 더 커졌고,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반의 연구자들은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뉴얼과 사이먼은 “앞으로 10년 안에 컴퓨터가 체스 세계 챔피언을 이길 것”이라고 말했고, 비록 실제로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현실이 되었다. 또한 “20년 안에 기계가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는 대담한 예측도 있었으며, 마빈 민스키 역시 인공지능이 곧 인간의 지능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과한 낙관처럼 보이지만, 당시 기술 발전 속도와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믿음이었다.
AI의 황금기 연구가 이어질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막대한 연구 자금의 지원이었다. ARPA는 MIT, CMU, 스탠포드 등 주요 연구소에 큰 금액을 제공했고, 이러한 자금 지원은 자유롭고 실험적인 연구 문화를 형성했다. 연구자들은 강한 제약 없이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주제를 마음껏 탐구할 수 있었고, 이는 이후 컴퓨터 공학의 많은 문화와 기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로운 방식의 지원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인공지능이 빠르게 완성되지 않자 정부와 기관은 점점 신중해졌고, 결국 이는 ‘AI 겨울’이라고 불리는 투자 축소와 기술 정체 시기를 불러오는 원인이 되었다.
이처럼 1956년부터 1974년까지의 인공지능 황금기는 열정, 실험, 성공, 그리고 과한 기대가 모두 뒤섞인 독특한 시기였다. 이 시기의 도전과 성과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기초가 되었으며, 현재의 발전 또한 당시 연구자들의 꿈과 실패, 그리고 끝없는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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