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공지능 연구는 큰 기대와 함께 시작되었지만 곧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당시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이 곧 인간처럼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으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진행했다. 그러나 실제 연구 결과는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 연구자들의 예측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자금 제공자들은 하나둘씩 등을 돌렸다. 이 시기의 실망과 혼란은 결국 “AI의 첫 번째 암흑기”라 불리게 되었다.
AI가 이 시기에 위기를 맞이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기술적 한계였다. 1970년대 초의 컴퓨터는 지금과 비교하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느렸고, 메모리 용량 또한 매우 부족했다. 예를 들어 자연어 처리 실험으로 유명했던 로스 퀼리언의 연구는 단 20개의 단어만 다룰 수 있었는데, 그 이유가 단순히 “메모리가 꽉 차서”였다. 연구자들은 컴퓨터가 조금 더 발전하면 곧 사람의 언어를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론 기본적인 분석조차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컴퓨터의 한계는 인공지능이 다뤄야 하는 문제의 규모 때문에 더욱 두드러졌다. 1970년대 수학자 리처드 카프는 많은 문제들이 지수적 시간, 즉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특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아무리 빠른 컴퓨터가 있어도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계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의미였다. 당시 AI 연구자들이 장난감 예제에서는 멋진 성과를 냈지만, 실제 문제에서는 왜 전혀 진전이 없었는지를 설명해 주는 중요한 발견이었다.
또 다른 한계는 상식적 지식을 저장하고 활용하는 능력의 부족이었다. 컴퓨터가 사람처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카메라 영상 속에서 의자 하나를 인식하기 위해서도 “의자란 무엇인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가”, “다른 사물과는 어떻게 구별되는가” 같은 정보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1970년대에는 이런 정보들을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할 방법이 없었고,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얻어낼 기술은 더더욱 존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유명한 개념이 바로 모라벡의 패러독스이다. 수학 문제 풀이나 기하학적 추론 같은 고차원 지능은 컴퓨터가 비교적 쉽다고 느끼지만, 사람에게는 ‘쉽게 느껴지는’ 걷기, 물체 인식, 얼굴 구별 같은 일은 오히려 컴퓨터가 극도로 어려워한다는 개념이었다. 이는 당시 연구자들이 로봇과 영상처리 연구에서 왜 발전을 거의 이루지 못했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AI 연구는 또 다른 철학적 문제도 겪었다. 예를 들어 “프레임 문제”는 컴퓨터가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변화 중 어떤 것이 중요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의미했다.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만 골라내지만, 컴퓨터는 모든 규칙을 일일이 계산해야 했기 때문에 현실 세계를 다루기 어려웠다.
이 모든 한계가 겹치면서 연구가 지지부진해졌고 결국 자금 지원이 끊기기 시작했다. 1973년 영국의 라이트힐 보고서는 AI가 “장대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이 보고서 때문에 영국의 주요 AI 연구소가 해체되었다. 미국에서는 DARPA가 음성 이해 연구에 환멸을 느끼고 매년 300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끊어버렸다. 연구는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렸다.
이처럼 기술적 한계, 철학적 비판, 자금 축소가 모두 겹치며 1970년대 AI는 심각한 침체기에 빠졌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완전히 발전이 멈춘 것은 아니었다. 일부 연구자들은 논리 프로그래밍, 상징 추론, 지식 구조화 같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며 이후 1980년대 전문가 시스템의 토대가 될 기반을 마련했다. 즉, 1970년대는 큰 좌절과 한계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씨앗이 자라나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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