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역사

두 번째 AI 겨울: 왜 인공지능 연구가 한동안 멈춰섰을까?

wooyu. 2025. 12. 1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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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인공지능 연구는 큰 어려움에 부딪혔다. 이 시기는 흔히 ‘두 번째 AI 겨울’이라고 불렸으며, 많은 연구자와 기업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린 시기였다. 그 이유는 당시의 AI 기술이 기대했던 만큼 빠르게 발전하지 못했고, 투자 대비 성과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1980년대는 특히 경제 전반에 거품이 끼어 있었고, 인공지능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지나치게 큰 기대를 받았다가 한꺼번에 실망을 안겨준 분야였다.

이 시기의 붕괴는 정부 기관과 투자자들이 “AI는 비판은 많았지만 그래도 계속 발전해 왔다”라고 믿었던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술적 한계가 분명했고, 빠르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들이 남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로봇 공학 연구자 Rodney Brooks와 Hans Moravec는 기존 AI 연구 방식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접근법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생각은 이후 인공지능 연구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사실 인공지능의 위기는 처음이 아니었다. 1970년대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전문가 시스템이 큰 주목을 받았고, “이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가 생겼다. 하지만 곧 그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투자도 끊기기 시작했다. 이때 살아남은 연구자들이 “AI는 너무 과대평가된 분야이며, 언제든 겨울이 올 수 있다”라는 의미로 ‘AI 겨울(AI Winter)’이라는 표현을 만들었다. 이 경고는 결국 1980년대 후반에 현실이 되었다.

두 번째 AI 겨울의 첫 번째 사건은 1987년에 일어났다. 당시만 해도 ‘Lisp 머신’이라는 특수한 AI 전용 컴퓨터가 많이 사용되었다. Symbolics 같은 회사들이 만든 이 컴퓨터들은 전문가 시스템을 돌리기 위해 최적화되어 있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그런데 1987년, 애플과 IBM 같은 일반 데스크톱 컴퓨터가 갑자기 매우 빨라지고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다. 결과적으로 훨씬 싸면서도 성능은 더 좋은 일반 컴퓨터들이 등장하자, 값비싼 Lisp 머신을 구매할 이유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 여파로 AI 하드웨어 산업의 절반 가치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 버리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전문가 시스템인 XCON도 유지비가 너무 비싸고 수정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XCON은 처음에는 AI 기술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불렸지만, 새 규칙을 추가할 때마다 시스템이 복잡해졌고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였다. 조금만 특이한 질문이 들어와도 엉뚱한 답을 하는 등, 유연성이 거의 없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전문가 시스템은 “특정한 상황에서는 잘 작동하지만, 실제 다양한 상황에서는 취약한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또한 미국의 방위 고등 연구 계획국(DARPA)은 1980년대 후반 전략적 컴퓨팅 계획을 추진하면서 AI 연구에 큰 투자를 했었다. 하지만 1980년대 말, 새로운 지도부는 “AI는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고 단기간 안에 눈에 보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쪽으로 투자 방향을 바꿨다. 이로 인해 AI 연구자들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한편 일본이 추진했던 ‘5세대 컴퓨터 프로젝트’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프로젝트는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1991년이 되었을 때도 목표에 거의 도달하지 못했고, 실제로 자연스러운 대화 기술은 그보다 훨씬 뒤인 2010년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가능해졌다. 즉,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였던 셈이다. 이처럼 여러 프로젝트가 잇따라 실패하면서 “AI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낼 수 없다”라는 인식이 퍼졌고 AI 겨울은 더 깊어졌다.

그러나 이 시기가 완전히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기존 AI 연구 방식에 문제점을 느낀 몇몇 연구자들은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은 “진짜 지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몸을 가진 로봇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즉, 단순히 머릿속에서 계산만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제 세계를 보고 듣고 움직이며 경험할 수 있는 로봇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이것이 바로 ‘신규 AI(Nouvelle AI)’ 또는 ‘체화된 지능(Embodied Intelligence)’ 개념의 시작이었다.

David Marr 같은 연구자는 시각 정보 처리 연구를 통해 “무작정 상징을 조작하는 방식으로는 진짜 지능을 만들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Rodney Brooks는 유명한 논문 「Elephants Don’t Play Chess」에서 “세상 자체가 최고의 정보 모델이며, 기계는 그 모델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즉, 로봇이 실제 세계에서 얻은 감각 정보만 잘 이용해도 높은 수준의 지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흐름은 인공지능이 다시 발전하는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 비록 당시에는 관심이 줄어들었지만, 이후 로봇 공학과 인지 과학 분야에서는 ‘몸을 가진 지능’이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의 자율 로봇이나 센서 기반 AI 기술도 이 시기의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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